어혈이 있으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 어혈이 혈관에 있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붓거나 아프고 몸이 무겁습니다.
- 어혈이 관절에 있으면
날씨가 흐릴 때 몸이 쑤시고 아프며 시큰 거립니다. 관절이 붓고 열이 나거나 혹은 시리거나 차갑습니다.
- 어혈이 발바닥에 있으면
열감이 있고 화끈거리며 저립니다.
- 어혈이 발등에 있으면
차고 시립니다.
- 어혈이 잇몸에 있으면
붓지 않고 시리고 아픕니다.
- 어혈이 근육에 있으면
저리고 아프며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어혈이 피부에 있으면
피부에 아토피 등 알러지가 생기며 가렵고 빨갛게 부풀거나 여드름 등이 잘 생깁니다.
- 어혈이 모발에 있으면
두피가 두터워지거나 얇아져서 지루성 피부염이 잘 생기고 모발이 약해지며 탈모가 생기거나 종기가 잘 생깁니다.
- 어혈이 눈에 있으면
시력이 떨어지고 눈이 시리거나 눈물이 잘 나고 백내장 등의 노화 현상이 잘 생깁니다.
충혈이 잘 되고 다크서클이 생기며 망막의 질환이 잘 생겨 망막 변성이 생깁니다. - 어혈이 머리에 있으면
머리가 잘 아프고 어지러워지며 파킨슨, 치매 등 퇴행성 뇌병변이 잘 생기고 중풍의 원인이 됩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두통, 수술 후의 두통, 외상 후 두통 등이 해당됩니다. - 어혈이 장에 있으면
변비와 설사의 원인이 되고 결국 치질이나 치루가 잘 생깁니다.
- 어혈은 퇴행성 변화의 원인이 되며 퇴행성 변화의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퇴행성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오십견, 골다공증은 어혈로부터 생겨납니다. 조직의 섬유화, 석회화 등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상처 조직의 회복이 더디게 되어 이상 조직이 생겨납니다.
무엇이든 자기 자리에 있어야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며 자리를 이탈하면 문제가 되듯이, 혈액도 생리적으로 마땅히 있어야할 위치를 벗어나 존재하면 병리적 산물이 되어 병증을 일으키며 의학적 처리의 대상이 된다. 관념적으로 설명하면 어혈이 어렵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을 예로 들자면 피하출혈 즉, 멍과 혈종 등을 들 수 있다.
어혈은 발생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호전정도도 좋은 편이나, 반대로 방치하면 고질이 되기 쉬운 질환이다. 타박이나 근육손상에 의해 생기는 혈종은 혈액이 혈관 밖으로 새어나와 종괴를 이루는 질환인데, 이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화 소실되기 쉬운데 방치하면 종괴의 형태로 남아 이후엔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기까지 한다. 역시 발생 직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방 중에 당귀수산(當歸鬚散)이라는 처방이 있다. 위에서 기술한 타박 등에 의한 질환에 사용한 처방인데, 예전의 태형 즉, 곤장으로 인한 후유증에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심지어 곤장을 대신 맞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형장으로 가기 직전 복용하고 가기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혈약(血藥)의 대표인 당귀(當歸)가 처방됨은 물론, 근래에도 어혈 치료에 필수 약인 도인(桃仁), 홍화(紅花) 등이 함께 처방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약을 달일 때 주수상반전(酒水相半煎)이라고 하여 물과 술을 절반씩 넣고 달이도록 되어있어 약의 기운을 더욱 빠르게 이동시키고 효능을 강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술은 그 기운이 빠르다고 되어있어 약효가 신속히 나타나도록 할 뿐아니라, 약을 끓일 때 유효성분이 더 많이 용출되도록 하는 효능도 있다. 물에 용출되는 성분과 알코올에 용출되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물로만 끓일 때와 약효 면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만큼 응급 어혈엔 보통 처방과 차이를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곤장과 관련하여 타착불통방(打着不痛方)이라는 처방이 있고 효능으로는 매맞기 전에 백랍(白蠟) 40g을 주발에 넣고 끓인 술을 부어 복용하면, 곤장을 맞아도 아프지 않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백랍(白蠟)은 동자이의어가 있는데 하나는 벌집에서 나오는 밀랍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물푸레나무의 진인데 여기서의 백랍은 물푸레나무의 진을 의미한다고 본다. 백랍의 효능으로는 새살을 살아나게 하고 지혈하며 통증을 멎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격투기 선수들에게 적용시켜봤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는 부분이다.
어혈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어혈은 2차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증이나 질병의 원인 중 통하지 않는 것과 영양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불통즉통(不通則痛) 불영즉통(不營則痛)’이라 하였다. 어혈로 인해 막히면 막힌 지점의 후방은 통하지 않으니, 고여서 문제가 되고 막힌 지점 이후는 영양이 전달되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통흐름에서 사고로 인해 후방은 차가 막혀서 고생이지만, 전방은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떤 존재이건 본연의 위치에서 본연의 임무를 할 때, 순조롭게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명유지의 필수요소인 혈도 결국 자기자리를 벗어나 기능을 잃게 되면 그 어떤 독보다도 세균보다도 무서운 병인이 되는 것이다. 사소한 충돌이나 사고로 인한 통증도 무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의사협회